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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배당 ‘커버드콜’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 배준희 기자
  • 입력 : 2025.03.21 14:49:44
  • 최종수정 : 2025.03.21 14:50:02
최근 미래에셋과 삼성·KB자산운용 등 상위 운용사 간 커버드콜(Covered Call)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커버드콜 시장 개척자 격인 미래에셋이 분배율을 앞세운 경쟁사 상품 판매 행태를 이례적으로 꼬집는 장면도 목격된다. 최창훈 미래에셋 부회장은 “과도한 분배율을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일갈했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사고 동시에 그 기초자산에 대한 콜옵션(미래에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커버드콜 상품 대부분이 월 배당 구조로 설계되는데, 후발 주자 운용사를 중심으로 불확실한 ‘목표’ 분배율을 마치 ‘보장’ 수익률로 오인할 수 있게 상품 마케팅이 이뤄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 경고로 구체적 분배율은 종목명에 제외됐지만, 영업 일선에서는 여전히 분배율을 중심으로 상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분배율 경쟁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시장 변동성과 맞물려 자칫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단 우려가 팽배하다.

커버드콜 ETF 경쟁 혼탁

年 분배율 20% 상품도 등장

커버드콜 전략은 ‘커버드’와 ‘콜옵션’을 합친 조어다. ‘커버드’란 옵션을 매도할 때 기초자산(주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주식 없이 옵션만 매도하는 ‘네이키드콜(Naked Call)’과는 구분된다. 콜옵션은 미래 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옵션은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질 때 프리미엄이 붙는다. 기초자산 가격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옵션을 들고 있는 투자자는 미리 약속한 가격에 이를 살 수 있어 ‘프리미엄’을 지불한다. 커버드콜 전략은 이 콜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수수료)을 받는 게 뼈대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보유한 상태로 옵션을 매도하므로 향후 가격 변동성에 따른 손실 위험을 완충할 수 있단 분석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첫째, 주가가 하락했을 경우다. 기초자산 A주식 현 주가가 100달러다. 이때 105달러에 A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매도하고 프리미엄으로 2달러를 받았다. 주가가 95달러로 하락하면 주식 평가손은 5달러다. 하지만, 옵션 프리미엄 2달러 덕분에 실질 손실은 3달러로 줄어든다. 둘째, 상승장에서도 일정 부분 이익을 누릴 수 있다. A주식 현 주가가 100달러일 때 행사가 105달러 콜옵션을 프리미엄 2달러를 받고 매도했다고 치자. 주가가 104달러일 땐 옵션이 행사되지 않고 2달러 프리미엄을 그대로 수익으로 남긴다. 주가가 106달러가 되면 옵션이 행사된다. 즉, 콜옵션 행사가 105달러에 A주식을 매도하지만, 프리미엄 2달러를 포함하면 107달러에 A주식을 매도한 것과 같은 효과다.

정리하면, 커버드콜 펀드 분배율은 주식 배당금, 콜옵션 매도로 얻은 프리미엄 수익, 그리고 자본 이득 등으로 결정된다. 옵션 프리미엄은 기초자산 변동성, 옵션 행사 가격 및 만기 기간 등에 영향받는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우리 시장에서 커버드콜 ETF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판매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수백억원대에 불과하던 국내 커버드콜 ETF 순자산 규모는 올 3월 7조원대로 치솟았다. 커버드콜 ETF 상품만 총 36개다. 2024년 한 해 출시된 커버드콜 ETF만 24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2년 처음 ‘TIGER 200커버드콜OTM’을 내놓은 뒤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 2017년과 2018년 상품 경쟁에 가세했다. 이어 후발 주자가 줄줄이 뛰어들면서 지난해부터 목표 분배율 경쟁에 불이 붙었다. 2022년 이전 국내 커버드콜 ETF 목표 분배율은 평균 6~7%에 불과했지만, 경쟁이 과열된 지난해 하반기 16%까지 올라오는 등 분배율 증가 속도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엔 분배율이 최대 연 20%에 달하는 상품도 나왔다. KB자산운용이 내놓은 ‘RISE 미국AI밸류체인데일리고정커버드콜’과 ‘RISE 미국테크100데일리고정커버드콜’ ETF 분배율은 연 18~20%에 달한다. 삼성자산운용 ‘KODEX 나스닥100데일리커버드콜OTM’ 분배율도 연 19%에 달한다.

높은 분배금 제시가 가능한 것은 전략이 다양해진 영향이기도 하다. 최근 출시되는 상품은 대부분 옵션 만기를 1주일이나 하루로 매우 짧게 잡는다. 만기가 짧을수록 옵션을 자주 매도할 수 있어 프리미엄이 크다. 또, 기초자산 일부만 커버드콜 전략을 쓰고 나머지는 기초자산 주가 상승을 따라가도록 설계하면 일정 기간 높은 분배율을 기대할 수는 있다.



매도 옵션만 잔뜩 쌓여

프리미엄 갈수록 급감

그러나 이런 상품은 시장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많다.

높은 분배금을 앞세운 대다수 상품은 타겟 위클리 커버드콜(Target Weekly Covered Call) 전략을 편다. 일반적인 커버드콜 전략은 월 단위(30일 만기) 옵션을 매도한다. 타겟 위클리 커버드콜 전략은 매주(7일 만기) 콜옵션을 매도해 더 자주 프리미엄을 취하는 방식이다. 이는 달리 보면, 시장 방향성에 따라 투자 위험이 더 클 수 있단 의미다. 가령, 기초자산 주가 급등으로 매도한 콜옵션이 바로 행사될 경우 전통적인 월간 옵션보다 빈도가 잦아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거래비용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옵션을 한 달에 한 번 매도하는 것보다 주간 옵션 매도는 거래 횟수가 4배 많다. 주식·옵션 거래 수수료가 누적될수록 순수익은 급감한다.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수익은 기대보다 더 낮을 수 있단 의미다. 또, 이들 ETF로 자금이 유입될수록 옵션 프리미엄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매수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매도할 옵션만 잔뜩 쌓이고 있어서다. 시간이 갈수록 ETF 괴리율(시장 가격과 NAV 간 차이)이 커지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단 평가다. 이는 달리 말해, 기초자산이 하락으로 방향이 잡힐 경우 목표 분배율을 맞추려면 원금을 덜어 분배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단 의미다. 원금을 덜어 분배금을 나눠줄 경우, 해당 ETF 순자산가치(NAV) 감소로 이어지는 등 상품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분배율 과열 경쟁은 자칫 금융 소비자에게 편향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커버드콜 ETF는 ‘고관여’ 상품에 속해 투자자는 정보 비대칭 구조 아래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자설명서 등 공시된 정보를 토대로 개인 투자자가 주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다 보니 분배율 지속가능성에 ‘숨겨진 함정’을 파악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단 것이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운용사 간 분배율 경쟁이 과열되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갔다. 2022년 일본에서 월분배 펀드 1000여개 가운데 30% 정도가 분배금을 투자 원금에서 차감해 나눠주기 시작했다. 이는 실질적으론 투자자가 불입한 돈으로 분배금을 나눠준 것으로, 일종의 ‘폰지사기’로 변질된 것이다. 투자자 신뢰를 잃은 일본 월분배 펀드 시장은 사실상 죽은 시장이 됐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옵션 매도 수요가 많아져 프리미엄이 점점 줄고 있다”며 “이 상태론 제시한 분배율을 못 맞출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론 투자 원금이 감소해 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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