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중고차 플랫폼이 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거래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여러 중고차 매물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빼면 중고차 시장이 여전히 ‘업자 중심’이긴 매한가지였다. 소비자는 중고차를 구매할 때뿐 아니라 판매할 때도 제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했다.
피알앤디컴퍼니가 운영하는 내 차 팔기(C2B) 앱 ‘헤이딜러’는 바로 이런 점을 파고들었다. 피알앤디컴퍼니는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박진우 대표가 신뢰도 낮은 중고차 시장을 혁신하고자 2015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창업 전 직접 중고차 딜러로 10개월가량 일하며 소비자 불신을 직접 체험해봤다고. 다만 중고차 시장은 이미 워낙 컸기 때문에 구매와 판매를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기보다 ‘내 차 팔기’ 시장에 먼저 집중했고 이렇게 나온 서비스가 헤이딜러다.

누적 투자액 950억원 유치
“오프라인 사업자와 경쟁 안 해”
헤이딜러는 중고차 판매 경험이 없는 일반 소비자도 전문 딜러들을 상대로 실랑이 없이 제값에 중고차를 팔 수 있도록 ‘역경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판매자가 차량 사진과 차종, 연식, 주행 거리, 차량 번호, 판매 지역, 보험처리 이력 등 주요 정보를 앱에 입력하면 딜러 수백 명이 역경매 방식으로 차량 매입 가격 견적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수익 모델은 중고차 딜러들로부터 받는 거래 수수료다. 여기서 헤이딜러는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건당 일정 수준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자이자 소비자는 딜러들이 제시한 가격과 프로필, 거래 후기 등을 참고해 가장 마음에 드는 딜러를 선택하고 거래를 진행하면 된다.
차량 정보를 파악한 헤이딜러가 내 차 예상 시세를 통해 제시받을 수 있는 최저가와 최고가를 그래프로 우선 보여준다. 이어 여러 딜러에게 동시에 비교 견적을 받는 만큼 딜러에게 속아 헐값에 자동차를 팔 염려가 없다. 맛집에 별점을 매기듯 소비자(판매자)가 딜러에게 평점을 매기는 ‘딜러 평가관리 시스템’을 운영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평가 좋은 딜러만 시장에 남는 선순환도 이뤄졌다.
서비스도 꾸준히 발전시켰다. 예를 들어 후한 견적을 제시한 딜러가 막상 판매자를 방문하면 미세 스크래치 등 실물 차량을 검수하는 과정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아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다. 차량 이곳저곳을 찍어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판매자가 딜러를 직접 대면해야 한다는 점 역시 부담이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알앤디컴퍼니는 자사 소속 전문 평가사가 소유주를 대신해 차량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경매와 판매까지 돕는 ‘제로서비스’를 시작했다.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중고차 매매 과정과 함께 역경매 방식 덕에 ‘가격을 잘 받아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헤이딜러는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014년 10월 서비스 시작 후 5년 만이던 2019년 7월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달성했다. 이후 2022년 2월 누적 거래액 5조원을 돌파하기까지 3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후 1년 4개월 만인 2023년 6월에는 누적 거래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해 9월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1000만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기준 누적 가입자는 1300만명이다.

내 차 팔기(C2B) 앱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는 그간 9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헤이딜러 앱 캡처)
중고차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피알앤디컴퍼니 매출도 급성장했다. 2021년 389억원이던 매출액은 2022년 665억원, 2023년 898억원으로 3년 새 약 230% 뛰었다. 2022년에는 영업비용(821억원) 중 61.9%인 509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사용하면서 155억원 영업적자를 봤지만 2023년에는 매출이 늘어난 덕분에 적잖은 광고비(423억원)를 쓰고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서비스 경쟁력 외에 배우 김혜수와 한소희, 영화감독 박찬욱, 아이돌 겸 배우 수지 등 스타를 기용한 덕분에 회사 인지도가 빠르게 성장했다.
헤이딜러 성장성을 눈여겨본 곳이 많았던 덕분에 투자 유치가 줄을 이었고 피알앤디컴퍼니는 신사업을 위한 실탄 마련은 물론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안정성도 보강했다.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피알앤디컴퍼니는 지난해 45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투자에는 KDB산업은행,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참여했다. 앞서 2015년 6월 피알앤디컴퍼니는 10억원 규모의 씨드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2016년 7월 시리즈A 50억원 ▲2019년 7월 시리즈B 300억원 ▲2021년 12월 시리즈C 400억원 등 투자 단계를 높이면서 점점 몸집을 키워왔다. 주요 투자자로 미래에셋벤처투자, 인터베스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이 참여했다. 현재까지 피알앤디컴퍼니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950억원이다.
피알앤디컴퍼니는 이렇게 쌓아온 투자금을, 지금까지 매입 위주로 플랫폼을 운영하던 서비스를 양방향 매매로 전환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피알앤디컴퍼니가 투자하거나 설립한 기업은 2022년 당시 중고차 진단 회사 ‘블루진단평가’뿐이었지만 2023년 말에는 차량 검수 회사 ‘카바조’, 정비·AS·카센터 회사 ‘한국자동차인증’, 대출 업체 ‘아주파이낸셜대부’ 등 7곳으로 늘었다. 피알앤디컴퍼니가 보유한 투자 주식 가치도 2022년 약 1억2500만원에서 2023년 5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선보인 중고차 구매 서비스 ‘THRU(쓰루)’의 본격적인 확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 피알앤디컴퍼니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소비자 입장에서 파는 걸로만 진행했는데 다음 단계는 구매 영역으로까지 진출하는 것”이라고 들려준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다 꾸준히 매출 규모를 키워오고 있는 만큼 피알앤디컴퍼니가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낼지도 투자 업계 관심사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피알앤디컴퍼니는 연내 상장 주관사를 정하기 위해 조만간 주요 증권사들에 입찰참여요청서(RFP)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피알앤디컴퍼니는 1조원대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가 5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마침 현대자동차와 기아, KG모빌리티 등 대기업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중고차 매입 시장 규모도 커지는 중이다. 이들 업체는 중고차를 직접 매입하기도 하지만, 헤이딜러를 통해서도 매물을 확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고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도 이득을 보는 구조다.
박진우 피알앤디컴퍼니 대표는 “헤이딜러는 딜러들이 차량을 매입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 역할을 하는 만큼 직접 차량을 매입·전시·판매하는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들과 경쟁하지 않는 구조”라며 “합리적 비용으로 구매 가능한 중고차를 찾는 소비 트렌드가 확대되는 만큼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2호 (2025.03.26~2025.04.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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