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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정장서 잃지 않는 ETF…어떻게?

  • 문지민 기자
  • 입력 : 2025.03.14 12:33:10
  • 최종수정 : 2025.03.26 15:02:37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뉴욕 증시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특히 지난해 증시를 이끈 기술주 부진이 두드러진다. 주식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와 달라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도 포트폴리오 재조정(리밸런싱)에 속속 나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주가 상승폭이 가팔랐던 테마는 주의하고, 투자 대상 시장을 분산해 변동성에 대응하라는 전문가 조언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유형의 상품을 선택해 경기 둔화에 대비하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추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주식 시장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가 지난 3월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양자회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주식 시장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사진은 트럼프가 지난 3월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마이클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양자회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리스크 피하라

중소형주 변동성 부담

올 들어 미국 주식 시장 하락세가 가파르다. 연초 이후 3월 11일(현지 시간)까지 뉴욕 증시 3대 지수 중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씩 내렸다. 특히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10% 하락했다. 올해 오름세를 보인 국내 증시와 상반된 분위기다. 올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7%, 8%씩 상승했다.

미국 증시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건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다. 트럼프는 당선 전부터 줄곧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외치며 고강도 관세 정책을 예고했다. 취임 직후부터 예고대로 우방국까지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며 주식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미국 대형 기술주 급등에 따른 되돌림 현상도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 증시를 떠받든 ‘매그니피센트7(M7)’ 종목이 일제히 추락했다. 연초부터 3월 11일까지 테슬라가 43% 급락했고, 엔비디아(-19%), 알파벳(-13%), 애플(-12%), 아마존(-10%), 마이크로소프트(-10%) 등이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주식 시장 분위기가 상승세일 땐 기술주 중심의 상승 랠리가 가능했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지난해 주가가 치솟은 테마를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특히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빅테크와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자동차 업종은 투자 비중 축소를 권고한다. 박유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연초 이후 S&P500 종목들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하향을 주도한 테마는 경기민감주”라며 “특히 북미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관세로 인한 타격이 클 자동차와 소재 등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트럼프 정책 리스크에 노출된 테마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중국 등 해외 생산에 많은 부분이 노출된 기업을 많이 포함하는 테마는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소비재 기업 중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수입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제조 업체도 면밀한 영향력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은 상품도 주의해야 한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 변동폭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국면에서는 통상 현재 이익에 대한 평가 가중치가 높다는 점에서 미래 기대 실적을 주가에 반영하는 혁신 산업도 피해야 할 테마로 꼽힌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시점에서 주의가 필요한 영역은 장기 고성장 기대 비중이 높은 중소형주 중심 테마”라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아니라면 혁신 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수 있는 테마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유형별로는 시장 부진 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서학개미가 고변동성·고레버리지 테마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수진 KB자산운용 ETF상품마케팅실장은 “서학개미가 여전히 테슬라나 반도체 3배 레버리지 상품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레버리지 ETF의 손실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방어 업종 매력적

유틸리티·필수소비재

전문가들은 경기방어주로 변동성에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정적인 수요를 바탕으로 조정장에서 방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테마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박유안 KB증권 애널리스트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길어지면 경제 주체의 심리뿐 아니라 실제 경제 활동에서도 계속해서 압박이 있을 것”이라며 “경기방어주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측면에서 유틸리티나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적 테마를 집중할 때”라고 덧붙였다.

방산 테마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3월 11일 기준 올해 PLUS K방산(71%)과 SOL K방산(56%) 등 방산 ETF가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트럼프가 국방비 지출 축소 의지를 줄곧 드러내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담금 축소와 유럽의 국방비 지출 확대 기조 등이 방산 테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증시가 부진하다면 미국 중심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올해 미국 증시가 하락할 때,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과 중국 증시가 선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중화권 증시 약진이 돋보인다. 연초 이후 홍콩 항셍지수가 19%, 홍콩H지수가 20%씩 오름세를 보였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취임 후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는 미국과 반대로 유럽과 중국은 안보와 경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쓰는 중”이라며 “상반기 중에는 미국 외 지역의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을 선택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보이고 미국 배당주가 기초자산이 되는 상품으로 자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승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배당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액티브 상품에 유의미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며 “지수 상승 시 일부 비중에 대한 자본 차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배당 수익을 통해 가격 하락을 함께 방어할 수 있는 상품 유형”이라고 말했다.

채권형 상품보다는 배당형 ETF가 유망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변동성 높은 장세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유형 모두가 활용 가능하다. 배당형 상품 매력은 금리가 내려갈 때 배당소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며, 기업 성과와도 연관성이 높다는 점이다. 채권형 ETF도 불확실성 높은 장세에서 단기채 상품은 현금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장기채를 활용하면 긴 듀레이션을 활용해 금리 하락 과정에서 자본 차익을 기대할 만하다. 다만 금리 인하 시 이자소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배당형 ETF가 유망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오는 4월 초까지 공격적인 비중 확대는 피하라는 조언도 유효하게 들린다. 특히 트럼프가 지금까지 보여준 협상 패턴을 고려하면, 당장 4월 초로 예고된 보편관세 부과 시 또 한 번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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