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미국 APEC 대사 인터뷰
반도체 등 韓산업 지키려면
안보 동맹 필요성 설득하고
한미 훈련에 트럼프 초청을
반도체 등 韓산업 지키려면
안보 동맹 필요성 설득하고
한미 훈련에 트럼프 초청을

커트 통 전 미국 국무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대사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업종별 관세 공세로부터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미 직접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관세(tariff) △기술(technology) △거래주의(transactionalism)의 '3T'를 꼽은 그는 "트럼프 시대 관세의 목적은 결국 (외국 기업의) 제조시설을 미국 내로 옮기도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온쇼어링(onshoring)' 전략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우방국으로의 이전)' 개념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한국은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 등) 지금까지 미국에 해온 일을 미국이 제대로 이해하도록 해야 하고, 앞으로 미국 내 제조업 부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 전 대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경제담당 국장과 국무부 한국과장, 주홍콩·마카오 미국 총영사 등을 지낸 아시아·경제통 외교관 출신이다. 현재 전략 자문 컨설팅사인 '더 아시아 그룹(TAG)'에서 매니징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통 전 대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끊임없이 한미동맹의 효용과 의미를 일깨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한미동맹이 왜 중요한지 잊어버린다"면서 "그의 관심이 '동맹의 목적'에 맞춰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등을 계기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직접 참관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연합훈련 참관을 통해) 철통같은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보여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목적과 이유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 전략인 '확장억제'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개념을 체계화·시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해서는 "1+1+1은 5나 6도 될 수 있다"면서 세 나라가 구축한 안보협력 체계가 그 자체로 강력한 대북 억제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3국 안보협력에서 동맹보다 '거래'에 치중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가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한일 사이의 의사소통과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일 두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공세와 주한·주일미군 철수 가능성 등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통 전 대사는 특히 올해 경주 APEC 정상회의를 한미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발전시킬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PEC은 (한국이) 미국에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을 계기로 한국 및 아시아 국가들과 성공적 협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방한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9월쯤 한국 기업들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 와서 '한국은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싶다. APEC에 와달라'고 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