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차 찾은 현장은 모두 새까맣게 타버렸고 뿌연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주민들은 한순간 잿더미로 변한 집을 보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었다.
산청에서는 진화 작업에 투입된 진화대원과 공무원 등 4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웃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번처럼 산불로 여러 명이 생명을 잃은 건 1996년 4월 경기도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이번에 순직한 대원들 대부분은 60대 고령자다. 그들은 낡은 장비와 노후된 헬기에 의지해 최전선에 섰다. 최첨단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국가의 산불 대응은 여전히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작동하고 있다.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지만 예방을 위한 전략과 진화 인력 구조 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전국의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대부분 고령의 단기 계약직이다.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6개월만 일한다. 일당도 최저시급인 8만원 수준이다. 고강도 체력이 요구되나 열악한 처우에 청장년층은 지원하지 않는다. 임시직이라는 한계와 열악한 처우에 전문성과 책임감, 지속성은 담보되기 어렵다.
장비 상황도 심각하다. 산림청과 소방, 군·경찰 등에서 이번 산불 현장에 투입한 헬기 101대 중 초대형 헬기는 없다. 대부분 담수량이 3000ℓ급 이하인 중소형 헬기다. 더욱이 우리가 여전히 운용 중인 주력 헬기 상당수는 20년이 넘었다.
산불 대응 선진국인 호주와 캐나다는 우리와 다르다. 산불을 '진화'가 아닌 '관리' 대상으로 본다. 사전에 불길을 차단할 수 있는 방화선 설치, 예방적 소규모 화재 유도, 훈련된 전문 인력의 상시 배치 등을 통해 산불의 발생과 확산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규직 청장년 중심의 진화 인력 체계를 구축하고 초대형 진화 장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산과 숲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아나지만 잃어버린 인명은 되돌릴 수 없다. 산불은 더 이상 계절성 재난이 아니다.
[최승균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