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최근 당내 분위기에 대해 이처럼 표현했다. 법률가 출신인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는 언젠가 나올 테니 차분히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투쟁 수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후 과거 고(故)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에 비춰 이르면 지난 7일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7일에는 헌법재판소 선고가 아닌 법원에서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가 이뤄졌다.
예상치 못한 구속 취소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민주당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24일까지 벌써 11차례나 도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일부터는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의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기자회견은 앞서 있었던 의원총회에서 고심 끝에 마련된 방안으로 알려졌다. 20일 기자회견에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헌재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달걀을 맞았고, 21일에는 여야 의원들이 헌재 앞에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서로를 막아서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했다. 24일에는 아예 광화문 앞에 천막당사까지 차렸다.
헌재의 신속한 탄핵 결정으로 조속히 정국 안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엑스(X·옛 트위터)에 "내란 사태가 장기화하며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감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헌재가) 선고를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내용에도 공감한다. 실제 폐업한 자영업자는 크게 늘어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1월 570만여 명과 비교해 20만명 이상 줄었다.
그렇더라도 투쟁 수위를 높여 가는 상황은 불편한 느낌을 준다. 조속한 선고 촉구가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 일정과 연결된 것 같은 시선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민주당이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수록 지지층 결집 효과는 커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탄핵 반대 세력을 자극해 서로 간의 갈등 수위도 올라갈 수 있다. 그럴수록 헌재의 선고 후 사회 통합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더 커질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우리가 야당인데, 이렇게 나라 걱정을 하는 게 맞나 싶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진정 나라를 걱정한다면 차분히 갈등을 키우지 않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서동철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