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메모리 반도체 강하지만
서버·클라우드 사업선 뒤처져
AI로봇·자율주행 경쟁력 약화
올 GTC서 주목한 양자컴퓨터
투자·연구 서둘러 기회잡아야
서버·클라우드 사업선 뒤처져
AI로봇·자율주행 경쟁력 약화
올 GTC서 주목한 양자컴퓨터
투자·연구 서둘러 기회잡아야

기업들의 참여도 뜨거웠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뿐만 아니라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데이터센터 공급망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스타트업 래블업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은 작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엔비디아의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하나만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GPU를 가지고 서버컴을 만드는 제조회사도 없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서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회사도 크지 않다. 데이터센터 관련 제조기업들도 큰 곳이 없다. 엔비디아의 다양한 공급망에 들어가 있는 대만 기업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는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차라는 두 가지 물리적 AI를 서비스한다. 많은 기업이 엔비디아의 기술을 선택적으로 사용해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데 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중국의 저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도 엔비디아의 기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유난히 GTC에서 존재감이 작다. 엔비디아에 큰 고객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테크산업은 서버와 클라우드라는 큰 시장을 놓쳤다.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가 작동되고 로보틱스와 자율주행차도 학습이 이뤄지는데, 서버와 클라우드라는 첫 번째 단추를 끼우지 못하니 뒤에 오는 것들도 잘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에도 큰 서버 제조 회사가 있었다면, 또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클라우드 회사가 있었다면, AI 생태계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커졌을 것이다.
올해 GTC에서는 특별행사로 '양자 데이'가 열렸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양자컴퓨터 기업들을 초대해서 같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대부분 미국 기업이었지만 영국, 프랑스, 호주에서 만들어진 기업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은 없었다.
양자컴퓨터는 점차 상용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비트코인을 해킹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이 아니다. 특정한 형태의 문제를 매우 빨리 풀 수 있고, 현실세계를 잘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방식이다. 그래서 중앙처리장치(CPU)·GPU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학술적인 목적이 더 크지만 점차 사람들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애플리케이션이 나올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처리장치(QPU)를 만드는 기업은 물론 냉각장치나 케이블을 만드는 기업, 오류 수정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까지 다양한 회사가 등장하고 생태계가 커질 것이다.
GPU는 딥러닝 AI 학습에 사용되면서, CPU를 꺾고 지금은 컴퓨팅 세계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점에서 QPU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용처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일찍부터 양자컴퓨팅에 투자하고 연구해왔던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 기업들이 양자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덕주 실리콘밸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