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부과 선언 하루만에 유예
美 자동차 빅3와 통화 후 결단
자국 산업 수호자 이미지 과시
韓기업도 대응시간 벌어 숨통
美 자동차 빅3와 통화 후 결단
자국 산업 수호자 이미지 과시
韓기업도 대응시간 벌어 숨통

5일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빅3' 자동차 업체와 대화했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1개월간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USMCA와 연관된 업계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그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관세 적용을 한 달간 보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면제 조치가 캐나다·멕시코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자국 산업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에 한해 1개월간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메이커 빅3 대표와 통화했다. 이후 관세 조치가 연기됐다는 점에서 미뤄볼 때 이들이 자국 기업의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막지 못한 것을 미국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멈춰 세운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시작된 당일 빌 포드 포드 회장과 짐 팔리 포드 CEO, 메리 배라 GM CEO, 존 엘칸 스텔란티스 회장과 통화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두고 미국 자동차 업계 우려는 상당히 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모든 자동차 제조업체가 캐나다·멕시코 관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젤라 회장은 "대다수 사람은 일부 차량 가격이 많게는 25%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동차 가격과 납품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는 즉각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울프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관세 부과로 전체 자동차 가격이 평균 3000달러 인상될 수 있는데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는 7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산 부품으로만 만들어진 자동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바클레이스은행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산 자동차에 쓰이는 부품 중 최대 40%는 멕시코산이며 20% 이상은 캐나다산이다.
이에 GM·포드·스텔란티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면제 조치를 내리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포드는 성명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건강하고 솔직한 대화를 계속해 우리 업계와 미국 제조업을 위해 밝은 미래를 이루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자동차 관세 적용을 1개월간 유예한다고 결정하면서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업체와 부품업체 등은 대응할 시간을 벌게 됐다. KOTRA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 부품 기업은 100여 곳에 달한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